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

by goodoce 2025. 4. 26.
반응형

어릴 적 나는 늘 걱정이 많았다.
시험 전날엔 “이번엔 망할 거야”, 발표를 앞두고는 “분명 실수할 거야.”
주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도전하는데, 나는 머릿속에서 이미 백 가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게 그냥 내 성격이라 생각했다.
“나는 원래 좀 부정적인 사람이야.”
그렇게 스스로 낙인을 찍으며, 변화란 없다고 믿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심리학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낙관주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될 수 있다..”
–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순간 멍해졌다. “그럼 나도 바뀔 수 있다는 건가?”

🧠 무기력도 배울 수 있다면, 희망도 배울 수 있다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는 사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서부터 시작된 개념이다.
심리학자 셀리그먼은 개 실험을 통해 충격을 반복적으로 피하지 못한 개들이 나중엔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어차피 안 돼"라는 무기력은 반복된 실패를 통해 학습된 것이었다.
그리고 셀리그먼은 반대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태도도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학습된 낙관주의’**라는 개념이 태어났다.
희망과 긍정도 하나의 ‘심리적 근육’처럼 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은, 당시로선 꽤 혁명적인 주장이었다.

🪞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의 차이: 해석의 프레임
우리가 겪는 사건 자체보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건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셀리그먼은 이 해석 방식을 **설명 양식(Explanatory Style)**이라 부르고,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1. 영속성(Permanence)
비관주의자: “이건 항상 그래.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낙관주의자: “이번엔 그렇지만, 다음엔 다를 수 있어.”

2. 범위(Pervasiveness)
비관주의자: “모든 게 망했어. 내 인생 자체가 엉망이야.”

낙관주의자: “이번 일만 그런 거야. 다른 건 괜찮아.”

3. 개인화(Personalization)
비관주의자: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낙관주의자: “상황적인 요인도 있었어. 나만의 문제는 아니야.”

예를 들어,
시험을 망쳤을 때 나는 늘 “난 역시 공부엔 소질 없어. 이래서 인생도 꼬이는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낙관주의자라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준비가 부족했을 뿐이야. 다음엔 더 잘하면 돼.”

이렇게 해석의 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삶의 태도 자체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다시 도전하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 멈춘다.

🧬 낙관주의는 왜 중요한가?
솔직히 ‘긍정적인 마음’라는 말을 들으면 가끔 속이 허전할 때도 있다.
“그게 그렇게 쉬우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어…”
하지만 학습된 낙관주의는 단순한 마인드 셋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자산이다.

✔ 정신 건강
낙관주의자들은 우울과 불안을 겪더라도 회복이 더 빠르고, 무기력에 빠지는 빈도가 낮다.

✔ 신체 건강
연구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은 면역력도 높고, 병에서의 회복도 빠르다고 한다.

✔ 관계
낙관적인 사람은 타인과의 갈등을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유연하게 소통한다.

✔ 일과 성과
실패를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더 많이 도전하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낸다.

실제로 셀리그먼이 미국 보험회사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낙관주의 훈련을 받은 직원들이 매출 성과가 훨씬 높았다는 결과도 있다.

🧠 낙관주의,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
처음엔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이 공허하게 들렸다.
하지만 셀리그먼이 제시한 ABCDE 모델을 접하고 나서
“아, 이건 생각의 훈련이구나” 싶었다.

🟡 A – Adversity (역경)
문제가 생긴다. 발표에서 실수했다든지, 면접에 떨어졌다든지.

🟡 B – Belief (믿음)
“난 원래 이런 걸 못 해”, “역시 난 안 되는 사람이야” 같은 자동적 사고가 튀어나온다.

🟡 C – Consequence (결과)
자신감 하락, 우울, 무기력. 다시 시도하지 않게 된다.

🟡 D – Disputation (반박)
그 생각이 과연 진실일까?
“지난번 발표는 잘했잖아”, “이번엔 단순히 준비가 부족했을 뿐이야.”
이렇게 스스로 반박하는 연습을 한다.

🟡 E – Energization (회복된 에너지)
새로운 해석이 생기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고
다음엔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힘이 생긴다.

나는 이 모델을 일기 쓰듯 연습해 봤다.
하루에 한 번, 나를 움츠러들게 한 생각을 ABCDE로 정리해 보는 것.
처음엔 어색했지만, 몇 주 지나니 정말 자동 사고의 패턴이 보였다.

⚠ 지나친 낙관주의는 괜찮을까?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그럼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되는 걸까?”

셀리그먼도 말했듯이,
현실을 무시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위험하다.
문제를 회피하거나 책임을 외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주의란 “다 괜찮을 거야~” 라는 맹목적인 기대가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와 가능성을 찾으려는 태도다.
우리는 실패를 회피할 수 없지만,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 마무리 – 희망은 ‘기질’이 아니라 ‘기술’이다
예전의 나는 ‘비관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그게 내 성격이라고, 타고난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말할 수 있다.

희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울 수 있는 태도다.

나는 아직도 가끔 “또 안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그 순간,
“꼭 그런 건 아니잖아?”
라고 힘이 생겼다.

그 한 문장이, 내 하루를 바꿨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혹시 지금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성격이 아니라 습관일지도 모른다.

낙관주의는 따뜻한 기분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지금부터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