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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감정은 왜 참으면 더 터질까? 감정 억제의 심리학

by goodoce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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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를 내지 마, 그냥 참아.”
“그 감정 너무 드러내지 마, 보기 안 좋아.”
“지금은 참고 넘겨야 해.”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간다. 사회적 관계를 위해, 갈등을 피하기 위해, 또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꾹 눌러 담는다. 그런데 왜 어떤 감정은 참으면 참을수록 더 폭발적으로 튀어나올까? 그리고 계속 참기만 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변해갈까?

이번 글에서는 ‘감정 억제’가 뇌와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보며, 억누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까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감정 억제(Suppression)란 무엇인가?
감정 억제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심리적 조절 전략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아 화가 났지만 띠며 “괜찮아”라고 말하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감정 억제는 대표적인 **‘반응 중심 조절 전략(response-focused strategy)’**이로, 감정이 발생한 후 그 감정 표현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감정이 일어나기 전에 상황을 바꾸는 ‘상황 중심 조절 전략(situation-focused strategy)’과는 다르다.

억제의 일시적 이점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분명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갈등을 피할 수 있고, 직장에서의 감정 노동도 더 원활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억제가 지속될 때다.

감정을 억누를수록, 뇌와 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감정을 억누르는 행동은 단순한 ‘마음의 통제’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와 신체는 강한 부담을 받는다.

1. 뇌의 스트레스 반응 증가
감정을 억제할 때, 뇌의 **편도체(amygdala)**는 여전히 활성화되어 감정 신호를 처리하고 있다. 반면,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는 끊임없이 이를 통제하려 한다. 이때 두 부위 간의 과도한 상호작용은 인지적 자원을 소모하고,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2. 신체적 반응의 왜곡
감정을 억누르면 심박수, 혈압, 근육 긴장 등이 내부적으로는 증가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은 그 사람의 상태를 오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만성 피로, 면역력 저하, 위장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정서적 공감 능력 저하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인간관계에서 더 큰 소외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억제를 자주 사용할수록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 감정을 억제한 사람들의 최종 종착지?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이 지속되면 우리는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이라고 부른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단순히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구별하고 인식하는 능력 자체의 결핍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주 무기력함을 느끼며, 몸의 증상을 통해 감정을 인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불안하다”는 감정 대신 “속이 메스껍다” 또는 “가슴이 답답하다”고 표현한다.

이 상태가 심화하면 우울증, 불안장애, 신체화 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적 介入이 필요할 수 있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한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감정은 언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1. 감정을 인식하고 이름 붙이기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첫걸음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슬프다.”
“나는 억울하다.”
“나는 불안하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것을 외부화하는 중요한 첫 단추다.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감정 조절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2. 감정 표현은 ‘폭발’이 아닌 ‘흐름’이다
많은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폭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한 감정 표현은 일정한 흐름(flow) 속에서 감정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정 일기 쓰기
운동이나 명상으로 감정 에너지 방출하기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기
감정을 그리거나 음악으로 표현하기
3. 표현의 방식은 상황에 맞게 조절하되, 억제하지 말 것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화는 즉시 표현하기 어렵더라도, 하루가 끝난 후 친구에게 털어놓거나, 혼자 조용히 글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을 **‘잠시 보류’**하는 것과 **‘억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마무리하며: 감정은 ‘참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것’
감정을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그러나 심리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커지고, 터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 몸과 마음에 남는다.

감정은 ‘제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돌보아야 할 것’이다. 억누른 감정이 우리를 병들게 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보자. 그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맺고 더 안정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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