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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by goodoce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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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기치 못한 고통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교통사고, 자연재해, 폭력, 전쟁, 학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같은 극단적인 경험은 단 한 번의 순간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심리적 충격을 동반하는 사건을 우리는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트라우마가 우리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고통을 유발할 때 우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이름으로 그 고통을 설명하게 됩니다.

1.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트라우마는 단순히 '무서운 경험'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강렬한 감정, 공포,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는 사건이나 상황을 의미합니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으로서,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과 해석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비행기 사고를 경험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다른 한 명은 수년간 악몽과 불안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며, 누구에게나 다르게 작용합니다.

트라우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일 외상(acute trauma):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 (예: 사고, 범죄 피해 등)

복합 외상(complex trauma): 장기간 반복적으로 경험한 트라우마 (예: 아동기 학대, 가정폭력, 전쟁 경험 등)

이 중에서도 복합 외상은 인간관계, 자기 인식, 감정 조절 등에 더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정의
PTSD는 심각한 트라우마 경험 이후에 나타나는 지속적인 심리적 증상을 말합니다. 이 장애는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 따라 진단되며, 트라우마 발생 후 최소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PTSD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됩니다:

침투 증상 (Intrusion): 트라우마 관련 악몽, 플래시백, 갑작스러운 기억 회상 등이 자주 나타납니다. 예기치 못한 감각(냄새, 소리 등)이 트라우마 기억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회피 행동 (Avoidance): 사건과 관련된 장소, 사람, 생각, 감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마주하려는 노력 자체가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에, 회피는 점점 일상 전반으로 확장됩니다.

부정적 인지 및 기분 변화: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 수치심, 무가치감이 심화하며, 우울감, 무기력감, 무감각함, 심지어 삶에 대한 흥미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각성 및 반응성 변화: 쉽게 놀라고, 과도한 경계심, 분노 폭발,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일상생활, 대인관계, 직업 기능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치료 없이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3. PTSD의 뇌과학적 이해
최근 연구에 따르면, PTSD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서 신경생물학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편도체(Amygdala):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PTSD 환자에게서는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해마(Hippocampus): 기억을 저장하고 상황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PTSD에서는 기능이 저하되어 과거 트라우마와 현재 상황을 구별하지 못하게 됩니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감정 조절 및 판단을 담당하는 이 부위의 기능이 약화하여, 감정이 조절되지 않고 폭발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뇌의 반응은 PTSD가 단순히 '잊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뇌가 트라우마에 의해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4. 왜 어떤 사람은 PTSD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아닌가?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가 PTSD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수년간 그 고통에 갇히기도 합니다. 이는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신경학적 요인: 감정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나 뇌 구조

이전의 트라우마 경험 유무

사회적 지지(가족, 친구, 공동체 등)의 존재

회복 탄력성(resilience):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회복하는 개인의 능력

개인의 해석과 의미 부여 방식

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가입니다.

5. PTSD의 치료와 회복
PTSD는 회복이 가능한 장애입니다. 증상을 단순히 억누르는 것이 아닌, 그 트라우마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지 행동 치료(CBT): 왜곡된 인지(예: "내 잘못이야")를 현실적인 사고로 바꾸는 과정 행동 실험, 노출 치료 등을 병행하며 회피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눈의 움직임을 유도하며 트라우마 기억을 재처리하는 방식 트라우마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약물 치료: 항우울제(SSRI),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통해 증상 완화 치료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치료 초기에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집단 치료 및 지지 그룹: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공감, 소속감, 상호 지지를 가능하게 합니다. 고립에서 벗어나 감정을 나누는 것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 됩니다.

6. 우리 모두의 몫,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 바꾸기
우리는 종종 "그냥 잊어버려", "지나간 일이잖아"라는 말로 트라우마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려 합니다. 그러나 PTSD는 단순히 "약한 사람"이 겪는 문제가 아니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는 우리를 바꿉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쁜 방향'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더 깊이 공감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치유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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